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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FIFA U-17 월드컵 분석①
 관리자    | 2007·10·08 10:33
지난 9월 9일 2007 FIFA 세계 청소년(U-17) 월드컵이 끝난 후 기술위원회가 소집돼 대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은 기술위원회의 대회 분석을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곧 발간될 대회 기술보고서에 실릴 예정입니다.<편집자주>


1. 총평
1) 대회 특징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청소년 선수들의 기량이 프로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기술과 기량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마추어 수준이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포지션별 역할 수행 능력이나 전술 이해도가 성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국제 무대에서의 경기 감각과 스피드, 운영, 전술 이행 능력, 약속된 플레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성인 수준에 근접한 축구를 구사했다. 조직적인 팀 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성인에 모자란 점이 있었다면 체력적인 조절 능력이 다소 미흡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전 대회(2005년 페루)에 비하면 눈에 띄게 발전했다. 근력 형성이나 스피드, 파워의 향상 정도는 17세 선수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음으로, 세계 축구의 수준이 평준화되었음을 확인했다. 유럽과 남미의 양강 구도로 대변되던 과거와 달리 대륙간 격차가 거의 없었다. 유럽이 여전히 세계 축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8강 진출국 중 4개 팀이 유럽권) 실제로 대회에서 우승한 팀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였다. 또 이번 대회에서 독일(유럽)과 타지키스탄(아시아)이 펼친 경기들을 보면 두 팀의 경기 운영 능력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동일한 흐름이 나타났다. 상대에 대한 정보 습득과 전술 구사에 있어 세계 축구는 이미 하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현대 축구의 조류는 수비를 강화하는 것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나타났던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거의 모든 팀들이 철저히 수비 위주의 운영을 펼치다 공격을 시도한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수비 중심의 역습 축구는 체력적인 뒷받침이 잘 되어있는 팀일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되었다. 수비 위주의 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승부의 열쇠는 조직적인 수비를 깨트릴 수 있는 개인 전술에 달려 있다. 이번 대회를 돌이켜보면 공간 창출 능력이 탁월한 스트라이커(원톱), 다양한 공격 전개 능력을 갖춘 섀도우 스트라이커, 세트피스를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전담 키커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 세계 축구의 흐름
U-17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세계 축구의 흐름은 ▲ 팀 플레이 강화 ▲ 개인 기량(포지션별 역할) 발달로 정리할 수 있다.

▲ 팀 플레이 강화
수비 중심의 축구가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은 팀별로 조직적인 정비가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팀 플레이가 뒷받침되면서 수비 전술이 눈에 띌 만큼 향상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포백을 쓰는 강팀들의 유기적인 전술 운영이 돋보였다. 최종수비수는 상대에게 공간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고 측면 수비수들도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틈을 보이지 않았다. 수비 일선에 있는 미드필더들이 상대 스트라이커를 압박하면서 가두는 양상이었다. 이때 볼을 가진 선수 반대편에 있는 수비의 위치가 좋았다. 또 측면 수비수들이 전진하면 중앙 수비수들이 따라 움직이고 중앙 미드필더가 공간을 커버하는 식의 협력도 굉장히 잘 이뤄졌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은 성인 무대에서도 구사하기 어려운 조직력을 선보였다.

포백 운영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팀들과 유럽 팀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아프리카 팀들은 수비라인을 내려서 뒷 공간을 안전하게 지키는 경향을 보인 반면 유럽 팀들은 수비라인을 올려서 상대를 압박함과 동시에 전방에서 볼을 뺏으려는 특징을 보였다. 이때 아프리카 팀들은 타고난 신체 능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개인 능력으로 공간을 커버했고, 포백 운영이 발달한 유럽 팀들은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대처하는 식이었다.

공격에서도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거의 모든 팀의 원톱과 섀도우 스트라이커들은 정적인 상태로 볼을 받는 경우가 없었다. 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발 밑 혹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패스의 질이 좋았다. 공격 일선에서 많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간이 창출됐고, 자연스럽게 제3의 인물이 공간을 활용하는 공격이 가능해졌다.

한편 화려한 발기술과 개인기로 대변되던 남미 축구의 변신을 주목할 만했다.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했던 반면 팀 플레이로의 변화를 꾀한 아르헨티나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8강까지 진출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브라질의 부진은 개인기의 조합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 개인 기량(포지션별 역할) 발달
‘개인기’와 달리 포지션별로 요구되는 ‘개인 능력’의 발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팀 플레이가 발전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개인 전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팀이 엇비슷한 조직력을 유지했던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세가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개인 능력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다른 대륙 선수들보다 기본적으로 체격 조건과 기초 체력이 월등히 좋았고, 천부적인 유연성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스피드와 개인기, 전술이 더해지면서 강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많은 팀들이 포지션별 훈련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여 대회를 준비한 것도 특징이다. 측면 수비수의 움직임, 수비형 미드필더의 커버링, 일대일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공격수들의 전개 능력 등 모든 부분에서 진일보했다.

세트피스에서도 개인 능력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어느 팀이건 개인 기량이 좋은 전담 키커가 있었고, 이 선수의 부재를 대신할 백업멤버가 대기하고 있었다. 강팀은 세트피스에서 꼭 골을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보였는데, 개인기 좋은 남미 팀들은 직접 해결하는 움직임이 많았고 유럽 팀들은 반복된 훈련을 통해 약속된 플레이를 활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어린 나이라 세밀함과 절확성은 다소 떨어졌으나 세트피스를 통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3) 한국 축구와 세계 축구의 차이
한국은 3전 1승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년 8개월이라는 긴 준비기간이 무색해지는 결과물이었다. 이는 단순히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기 보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실전에 임하기까지 팀 운영 능력의 미숙했던 결과였다. 긴 합숙 기간이 오히려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트렸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수준에 비춰보면 한국은 개인 기술, 전술 운영 능력, 체력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오히려 이전 세대보다 퇴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볼 컨트롤과 키핑력, 패스의 연결과 강약 조절 등 기본기가 떨어졌고 공수 전환 템포 조절에도 실패하는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는 17세 대표팀뿐만 아니라 최근 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한국 축구의 근본부터 다져야 한다는 각성의 계기가 됐다.

또한 포지션별로 전담 코치를 두어 체계적인 개념 확립과 전술 이행 능력을 길러야 한다. 특히 세계 축구가 ‘선수비 후공격’의 흐름을 보이면서 수비수의 개인 전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 선수 개인별로 수비 마인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대표팀에서도 조직적으로 대처하기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유소년기부터 수비 전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전통적으로 수비수들에게 요구되는 안정적인 운영 능력과 전투적 수비 능력도 중요하지만 공격 전개와 지원, 연결 능력을 겸비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다.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대회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무더위가 심했는데, 이런 날씨에서는 교체 타이밍도 중요한 승부수가 된다. 한국의 선수교체는 거의 다 70분 이전에 이뤄졌다. 후반에서의 승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이후에 체력이 떨어지거나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 등 강팀들이 후반 선수 교체의 묘를 살려 실리적으로 운영했던 점을 비교해 볼만하다.

과거 한국의 특징으로 여겨지던 체력적인 준비도 미흡했다. 이번 대회 상위팀들은 대체적으로 뛰어난 체력 관리를 보였다. 결승전에 올랐던 스페인의 경우 연장전에 들어서도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의욕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다가도 후반 중반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력이 와해되는 모습이 보였다.

희망적인 부분이라면 한국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토고전에서 전술적인 변화로 역전승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독들이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특징을 보였다. 원톱에서 투톱으로,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자유롭게 패턴을 변화시켰다. 대회 내내 원톱을 쓰던 한국도 토고전 후반전에 배천석-주성환의 투톱으로 변화를 시도했는데 결국 두 골을 만들어내면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양한 전술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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