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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역사찾기 프로젝트-3편 말레이시아 [플라마]
 관리자    | 2007·08·30 10:59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것이 7일 늦은 밤, 떠난 것이 12일 이른 아침이니 실제로 이곳에 머무른 것은 4일간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원정의 성패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었고, 당초 계획했던 100경기 중 약 40여 경기가 걸려 있었다. 특히나 그간 암흑 속에 가려 있던 1960년대 메르데카컵 출전 자료의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했던 곳이었고, 이를 위해 필자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필자가 활동중인 국제축구역사 및 통계 웹사이트인 RSSSF를 통해 약 3년 전 알게 된 말레이시아인 회원 함단 사이드(Hamdan Said)라는 친구(라고는 하지만 나이는 필자보다 10여 년 위이다.)가 있다. 그는 자신이 Berita Harian 紙(말레이어로 발행)의 스포츠 기자라고 소개했고, 자신의 신문이 소속된 New Straits Times Press (NSTP)라는 언론 그룹은 방송사까지 소유한 말레이시아 최대의 언론 기업이라는 정보를 줬다. 덧붙여 NSTP 본사에는 자체적인 도서관이 구성되어 있고, 그중 메르데카컵에 대한 콜렉션이 따로 존재한다는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8일 오전, 아침 식사도 생략한 채 콸라룸푸르 중앙역 남서쪽 Jalan Riong에 위치한 NSTP 본사를 찾아갔다. 마침 함단은 쿠칭 출장중이어서 동행할 수 없어, 정문에서 간단한 신분 조회를 마친 뒤 그가 말했던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국가답게 영어가 공용어 중 하나로, 90% 이상의 국민이 영어를 비교적 유창하게 구사한다. 도서관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직원들에게 방문 목적과 요청사항을 얘기하자 그들은 영어로 상세히 열람 방법 및 비용 등을 알려줬다. 함단의 말로는 이 도서관은 NSTP 소속 직원들에게는 무료로 개방되지만 외부인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가격표를 보니 시간당 20 링깃(한화 약 5,500원)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필자가 주로 이용해야 할 1978년 이전 자료의 복사비는 장당 30 링깃(한화 약 8,100원)에 달했다.

조사해야 할 부분이 1959년부터 1981년까지 22년치에 달하고, 추산컨대 복사할 기사량도 최소한 50장 이상임을 감안할 때, 아무리 대한축구협회에서 비용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50만 원에 달하는 액수를 복사비로 지출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필사를 하다 보니 조사 시간은 꽤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는 메르데카컵 콜렉션은 과거 New Straits Times (영자 신문)의 메르데카컵 관련 기사를 스크랩한 뒤 마이크로 필름으로 변환시킨 것이었다.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으며, 경기 상보 보도도 상세해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는 있었다.

참고로, New Straits Times는 1845년에 창간되어 물경 162년의 역사를 가진 말레이시아의 최고(最古)지로, 그룹 산하 신문만도 4개에 방송국까지 갖고 있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미디어 그룹이라고 한다.

이날과 다음날을 합해 이곳에서 연 10시간가량 조사를 한 끝에 메르데카컵에서 유실되었던 경기 자료 대부분을 복원할 수 있었다. 물론 사용료와 복사비로 지출한 액수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이곳이 아니고서는 얻을 수 없는 그 가치를 생각할 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중간 중간 AFC 하우스와 샤 알람에 있는 말레이시아 구협회도 방문했지만 이곳에서는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수브라마니암 국제국장과의 면담을 통해 2000년에 발간된 말레이시아 축구 역사집 'History of Football in Malaysia 1900-2000' 1권을 선물로 받았다. 영어로 쓰인 이 책에는 100년간의 말레이시아 축구 역사가 압축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으며 과거 메르데카컵 등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들의 희귀한 사진들도 몇 점 수록되어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AFC 하우스에서는 지난 6월부터 1년간 파견근무중인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 신만길 과장을 비롯해 이곳 김태형 미디어 담당관을 만날 수 있었고, 부가적으로 필자가 평소 관심이 있는 중앙 아시아 전문가인 키르기즈스탄 출신 파벨 루자노프 씨도 소개받았다. 김태형씨의 전언에 따르면 AFC는 2000년대 이후의 자료 정도만 보관하고 있고, 그 이전 자료들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했고, 따로 archive는 없다고 한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콸라룸푸르 북부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국립 도서관을 찾았다. 태국과는 달리 이 도서관은 현대식 건물에 전산화가 완비되어 있었으며,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등 3개 공용어로 발행되는 다양한 신문들이 마이크로 필름으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곳에서의 보강 조사를 통해 미진했던 부분들을 상당수 만회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도서관은 100% 회원제로 운영되어, 필자는 3년 유효 기간인 말레이시아 도서관 회원에 가입해야 했다.

이날 저녁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쿠칭 출장에서 돌아온 함단 사이드 씨를 만났다. 올해 39세인 그는 RSSSF 내에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멤버답게 축구 기록과 역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 역시도 스스로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archive를 구성중이라고 한다. 1970년대까지 강성했던 말레이시아 축구가 오늘날 아시아 하위권으로 전락한 요인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축구는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곳곳에 잔디 구장들이 존재했지만 요즘은 임대료도 비싸고 그 숫자도 줄어들어 유소년 층에서 축구에 입문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리그 역시 프로라고 부르기엔 수준이 낮은 편이며, 과거처럼 특출한 스타도 발굴되지 않아 축구 수준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는 대답을 했다.

태국에서의 좌초로 난관에 부딪혔던 원정 길은 말레이시아에서의 반등을 발판 삼아 다시 희망을 얻게 되었으며, 필자는 12일 오전 네 번째 방문국인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플라마 l 윤형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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