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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파트너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 레저부)]
 관리자    | 2007·08·11 18:57
<서언: 솔직히 이 글을 쓰면서도 부담감이 앞선다. 한국 언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 현장을 10년간 뛰어 다니며 사실상 ‘축구인’이 된 기자로서 한국축구가 선진국 형으로 발전하려면 필요한 게 뭔지를 현장을 돌아다니며 느낀 그대로 쓴다.>

기자로서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취재할 기회가 많았다. 특히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월드컵축구대회 같은 단일 스포츠 제전을 취재하며 느낀 게 많았다.

1999년 8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아 자료 요청 때문에 당시 IAAF 언론 담당관인 라냐 릴랴니 씨(여·스페인)를 찾았다. 그런데 나 말고도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 릴냐니 씨에게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도 않은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간 기자에게도 릴랴니 씨는 성심성의를 다해 자료를 마련해 주었다. 세계적인 유수 통신사인 AP나 AFP는 물론 아프리카의 오지 나라에서 온 기자들에게도 자료 제공은 똑같이 이루어졌다. 릴랴니 씨는 “언론은 IAAF의 파트너(동업자)다. 파트너는 서로 도와야 한다. 파트너가 없다면 IAAF는 살아가지 못 한다”고 말했다. 2001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취재하면서도 IAAF의 미디어 관리는 세계 최고라고 느꼈다. 물론 유력지와 비 유력지에 대한 조금의 차별(취재석의 위치 등)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 때는 몰랐지만 2006독일월드컵을 취재하면서는 FIFA의 언론에 대한 ‘배려’를 실감할 수 있었다. FIFA는 독일월드컵 조직위와 함께 독일철도회사의 후원을 받아 전 세계 모든 기자들에게 열차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 열차가 아니면 기본이 예닐곱 시간씩 걸리는 등 경기장을 찾아다니기 힘든 점을 감안해 FIFA와 조직위가 내린 결정이다. 기차면 4시간이면 충분하다. ‘기자들에게 잘 해주자’가 아니라 ‘모든 편의를 제공해 가능한 많은 기사를 쓰도록 하자’는 게 FIFA의 의도다.

2006독일월드컵조직위가 밝힌 지난 월드컵 시청자는 연인원 400억 명. 지구촌 인구가 63억 명이니 한 사람이 최소 6경기 이상은 본 셈이다. 단일 스포츠론 단연 세계 최고다.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는 축구. 과연 사람들이 축구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 11대11로 싸우는 축구 자체가 가진 매력 때문일까.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에 대한 팬들의 열망 때문일까.

이 모두 팬들을 끌어 들이는 데 큰 몫을 한다. 하지만 스포츠사회학자들은 매스미디어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축구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스타플레이어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중매체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 것이란 얘기다.

스포츠와 언론. 과연 어떤 관계일까?
매스미디어의 시대에서 ‘언론 노출’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우리가 요즘 뜨는 연예인의 몸값을 얘기할 때 “쟤는 1억, 쟤는 3억”한다. 인기가 있는 배우는 3억일 것이고 인기가 좀 처지는 배우가 1억이 될 것이다. 그 인기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바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노출에 따라 결정된다. 한마디로 신문 방송에 많이 나오는 연예인이 인기가 높은 것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스포츠가 인기를 얻으려면 신문 방송에 노출이 많아야 한다. 언론 노출이 많아야 팬들이 축구와 육상을 쉽게 접할 수 있고 결국 인기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AAF와 FIFA는 이점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한 많이 언론에 육상과 축구를 노출 시켜 후원업체를 끌어 들여 ‘돈’을 벌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돈’을 벌어야 다시 육상과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일일 평균 5만 명이 관중들이 꽉 들어차고 FIFA 월드컵 경기장이 팬들로 가득 찬 배경엔 매스미디어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FIFA가 비공식적으로 월드컵 주기인 4년마다 수조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이 매스미디어를 잘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스포츠마케팅이다. 스포츠의 지나친 상업주의화에 대한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이익추구는 시대의 대세다.

한국은 어떤가. 대한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이 스포츠마케팅이란 말을 입에다 달고 다니지만 진정한 스포츠마케팅이 뭔지를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기자들은 언제나 기사거리를 쫓아다닌다. 그리고 기사 거리가 있으면 언제든 기사를 쓴다. 그런데 아쉽게도 축구계에서 제공하는 자료는 IAAF나 FIFA가 제공하는 자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잘 모르겠다. 홍보국에 물어봐라”고 떠넘기는 게 태반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마찬가지. 연맹에 기자들이 찾아 가면 반가운 시선보다는 “왜 또 왔지?”하는 시선이다. 같은 프로종목인 야구와 농구, 배구에 비해서도 미디어관리가 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로 구단들은 더 하다. 선수 인터뷰를 요청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될 수 있으면’ 안한다. ‘선수가 피곤하다’ ‘에이전트에게 물어봐야겠다’ 등 이유도 많다. 물론 모 인사가 수년전 얘기한 ‘파리 떼’ 같은 기자들에게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FIFA와 IAAF는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 믹스트존(Mixed Zone)을 만들어 둔다. 유럽의 빅 리그에서는 구단들이 훈련 전 후 미디어 타임을 준다. 미디어와 선수가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기자들이 선수를 불렀는데도 도망간다면 페널티를 주기도 한다. 모두 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축구와 육상을 더 팬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기본 인식 때문이다.

2002한일월드컵 ‘4강의 나라’ 한국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 하건데 ‘기자에게 잘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기사를 쓰게 해 축구를 띄우기 위한’ 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

축구협회의 홍보국만이 언론을 상대하는 부서가 아니다. 대표팀의 감독도 언론의 창구다. 감독의 말 한마디에 축구 기사가 대서특필 된다. 프로도 마찬가지다. 프로 감독의 의미 있는 한마디에 각종 지면과 TV 뉴스를 장식한다. 협회와 연맹의 다른 부서, 구단의 프런트들도 기회가 있다면 기자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축구를 띄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 때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믹스트존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데만 급급해 했다. 자신을 전 세계에 홍보해 ‘몸값’을 띄울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버린 셈이다.

미디어는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이용해야 할 ‘도구’다. 과거와 같이 ‘군림’하는 언론매체는 이제 사라졌다. IAAF와 FIFA가 왜 미디어를 ‘파트너’라고 부르는지를 한국축구계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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